[경영기획 담당자 입문기]를 시작하며

 

 

“자네 경영기획담당 해 볼 생각 없나?”
“….. 제가요?”

 

 

제조업 회사의 경영지원팀에 취업하여 인사담당자로 일한 지 만 2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기 담당자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나에게까지 제안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나의 업무와 경영기획의 상관관계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리려던 그때,

 

“그래도 OO 씨가 경영학과 출신이라... 관련 전공 출신이 업무를 맡는 게 여러모로 나을 것 같아서 말이지..”

”출신 전공이 이유였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납득보다는 당혹감이 먼저 들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스스로를 ‘무늬만 경영학도’로 자부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경영기획 담당자는 그야말로 기업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숫자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인 자리다.

 

반면에 나는?

 

기업 경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재무와 회계 분야의 수업은 최선을 다해 피해 다녔다. 숫자를 분석하고 차변 대변을 맞추는 데 쾌감을 느끼는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다른 세계에 사는 외계인처럼 보던 수많은 경영학도 중 한 사람이었다. (분명 나 같은 경영학도들도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첫 제안 이후 두 달 뒤, 정기인사 발령을 통해 나는 올해부터 경영기획 업무를 하게 되었다. 아무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나에게 순서를 오게 된 탓도 있고, 관련된 전공자가 없었던 탓도 있었겠지만, 내가 강력하게 이 업무를 거부하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인 이유이리라.

 

나는 왜 이 일을 거절하지 않았을까를 돌이켜보면, 경영학을 전공했음에도 기초적인 지식조차 잊어버리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미련이었지 싶다. 경영학에 대한 전문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갖추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솔직한 대답은 ‘NO’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영기획으로의 발령은 내가 경영학도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이 업무를 받아들이게 된 주된 이유였다.

 

경영기획 업무를 한 지 어언 석 달이 된 지금, 과장을 조금 보태서 두뇌의 구조를 다시 끼워 맞추는 수준(?)의 고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고통 없는 성장은 없다고 하던가.

 

회사가 영업을 하고, 수익을 내어, 성장해 나가는 본질에 가까운 업무를 하게 됨으로써, 경영학도로서 새롭게 성장하겠다는 나의 목표에는 완벽히 부합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이 업무가 힘들고 부담스럽지만, 열정을 불태우며 업무에 임하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리라.

 

나는 자기 계발을 하는 데에 있어, 하나의 독특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바로 동네방네 소문을 내는 것.

 

그래야 쪽팔려서(?)라도 자기 계발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내가 경영기획 업무를 진행하며, 실무적인 필요에 의해 습득해 나갈 경영기획 지식을 블로그에 남겨보고자 한다. 공부의 깊이가 다소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읽으시는 분들이 ‘그래도 용은 쓰네’ 정도의 느낌은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다.

 

이 기록을 통해 혹여나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도,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경영기획과 전략기획 직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경영기획 담당자 입문기] 경영기획과 전략기획